그럼에도 정치를 사랑하는 마음 [사람IN] 김은지 기자 '그래서 정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따져 묻기 쉬운 시절이다. 그만 좀 싸우라는 평범한 당부에, 국회는 원래 싸우는 곳이라는 반박은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사지 못한다. 정치권이 잘 싸우는 모습과 그 싸움이 만든 변화가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시민적 덕성을 쌓기 어려운 때라는 생각이 밀려온다면, 〈법 짓는 마음〉의 책장을 펼쳐보자. 정치가 하는 일을 알게 된다.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다. 국회 입법노동자 12년 차 이보라 작가(43)가 썼다. 2012년 장하나 민주당 의원실에서부터 시작해 2023년까지 네이버와 다음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테크 너머] 조경숙 (테크-페미 활동가) 미국의 정보학 교수 사피야 우모자 노블은 어느 날 구글에서 ‘흑인 소녀(Black Girl)’를 검색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평범한 단어일 뿐인데 모니터 가득 흑인 소녀를 성적 대상화한 사진들이 쏟아졌던 것이다. 이 검색 결과는 그가 책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를 저술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블 교수의 책이 발간된 이후에는 ‘흑인 소녀’의 검색 결과도 수정되었다.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척척 만들어주는 지금 이 시대의 이미지는 어떨까? 카카오브레인에서 개발한 이미지 생성 AI ‘비 디스커버’에 ‘흑인 소녀’와 ‘흑인 N번방 재판을 지켜보고 기록한 이름없는 시민들 이상원 기자 N번방 사건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이다. ‘박사’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조씨는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박사방’을 운영했다. 목 보호대를 차고 나와 “악마의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광적 범죄자는 사건의 심벌이 되었다. 텔레그램 성착취의 시초인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의 무표정한 얼굴을 함께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하지만 텔레그램 성착취는 몇몇 범죄자가 벌인 평지풍파가 아니다. 악한 수요가 대담한 공급을 만난 결과물이다. 문제의 채팅방 중에는 ‘참여자’가 9000여 명에 이르는 것도 있다. 그중 일부는 “사법부의 인식에 균열이 가고 있다” 송지혜 기자 11월16일 n번방의 시초가 된 고담방을 운영한 ‘와치맨’ 전 아무개씨에게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박민 판사는 “엄한 처벌로 이런 유형의 범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할 공익상 요청이 매우 크다”라고 밝혔다. 지난 3월 검찰은 전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 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자, 검찰은 법원에 변론 재개 신청을 했다. 보강수사로 영리 목적 성범죄 혐의를 추가했고, 지난 10월 검찰은 징역 10년6개월을 구형했다. 뒤늦게라도 검찰이 의욕적으로 수사하고 국민들의 요구는 ‘정당한 양형기준’ 김한균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 범죄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재발할 것입니다. 그 방에 가입한 자가 처벌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급자 처벌도 제대로 않겠지요. 그러니 처벌하지 않을 거라면 신상이라도 알려주십시오. 나라가 아이들을 성범죄자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거라면, 알아서 피할 수라도 있게.”지난 3월 게시된,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2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이 국민청원에는 뜨거운 분노와 엄벌 요구만 담긴 게 아니다. 사법제도에 대한 차가운 불신도 적나라하게 표출되어 ‘n번방’의 26만명 신상 공개하라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성폭력은 구조의 문제”라는 말을 이해하는 동안 나는 내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몇 번이나 깨야 했다. 그중 하나는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 해결에 대한 것이었다. 어떤 모순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피해자가 거부하면 사건을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과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일반론은 서로 충돌하는 것 같았다. 만약 성폭력이 정말 모두의 문제라면 모두가 사건을 논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어야 했다. 만약 사건을 말하고 결정하는 게 피해 당사자의 유일한 권한이라면 성폭력은 개인의 것이어야 했다.거 활동가들의 고통은 대의 앞에서 사사롭다? 박수현 (다큐멘터리 감독) 3월2일 ‘한사성 前활동가 피해당사자 모임’ 페이스북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잇따라 다섯 개의 고발문이 게재됐다. 노동환경에서부터 조직문화, 정서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활동가들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사성)에서 근무하며 감내해야 했던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증언이었다. 그중 한 활동가가 쓴 글에 눈길이 멈췄다. ‘내가 문제를 제기하면 사이버 성폭력 피해 지원에 제동이 걸리진 않을까?’ ‘이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노출되면 여성운동 전체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쏟아지진 않을까?’ 같은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는 부분이었다.한사성 전 활동가 2016년 그날 이후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당나귀를 타고 포르노 바다를 건넌다.’ 알쏭달쏭한 암호문 풀이를 취재했다.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나귀는 당시 인터넷 파일 공유(P2P)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 정식 명칭은 당나귀를 뜻하는 ‘edonkey’였다. 일종의 공유 프로그램인데, 불법 촬영물이 광범위하게 공유되었다. 취재한 계기는 아동 살인사건이었다. 지방의 한 빌라 창고에서 여섯 살 여자아이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었다.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사건 발생 9개월 뒤 용의자가 붙잡혔다. 엽기적인 사건의 범 미디어 속 차별과 싸우다 떠나다 전혜원 기자 윤정주. 향년 49세.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2018년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6월1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했다. 68일 만인 8월8일 눈을 감았다.1999년 민우회에서 활동을 시작한 뒤 20년을 미디어 속 차별과 싸웠다. 2004년 ‘성평등적 방송심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소장 시절이던 2015년에는 ‘외모로 고통받는 여성을 성형수술로 변신시켜주겠다’는 콘셉트를 내건 방송 〈렛미인〉 폐지 운동을 이끌어 관철했다. 고인이 생전에 가장 보람 있게 여긴 일 중 하나였다.지 〈시사IN〉기자들의 시선 시사IN 편집국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이 주의 보도자료제주 다문화 가정에서 키운 제주의 채소를 재료로 식당 창업의 꿈을 가진 청년 셰프들이 요리하는 팝업 레스토랑이 열린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는 12월3~8일 공심채농업회사법인(대표 홍창욱)과 함께하는 청년올레식당을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1층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청년올레식당은 실력 있는 청년 셰프들이 제주의 식재료로 매주 새로운 요리를 선보인다. 지난 7월 문을 열었으며 현재 프로젝트 2기 참가자인 김지홍·김진경· 양동준·전용한 4명의 청년 셰프가 운영을 책 더보기